공공기관운영위원회 4년 평균 안건당 심의시간 7.2분, 원안통과율 98.7%…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통해 공공기관 운영의 민주성 담보해야”

양대노총 공대위, 국회 토론회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통한 공공기관 운영의 공공성 및 민주성 강화 촉구

이어진 전국공공기관노동조합 대표자대회 통해 11월 공공기관 총파업 투쟁 결의

윤석열 정부 취임 1년 동안 공공기관 민영화가 강제 추진 중인 가운데,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 졸속 추진을 저지하고 공공기관 운영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양대노총 공대위)는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공공기관 운영의 공공성과 민주성 강화를 위한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 개정 국회 대토론회’를 열고 “현재의 공공기관운영법 체계에서 공공기관은 정부의 통제와 관리의 대상일 뿐”이라며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 운영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권영국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이나, 실질적으로는 기획재정부에 의한 밀실운영과 졸속심의가 판치는, 기획재정부의 거수기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11월 11일에 개최된 제1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1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공공기관 자산매각안이 의결된 제1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정부위원 9명과 민간위원 10명 등 19명의 공공기관운영위원 중 정부위원 6명과 민간위원 4명이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겨우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날 회의 안건인 공공기관 자산매각안 역시 공운위원에게 미리 공지되지 않아, 민간위원은 회의장에서 회의 안건을 확인했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권영국 변호사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밀실운영 ▲졸속심의 ▲기획재정부 거수기 역할 ▲책임성·전문성·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 등 4가지의 대표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공공기관운영법 제10조제6항에 따라 그 회의록을 공개해야 하지만, 현재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개최한 제1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록까지만 공개된 상황이다. 게다가 회의록은 발언내용이 익명처리된 상태로 회의 개최 후 3~4개월이 지나서야 공개되고 있고 민간위원조차 안건에 대한 충분한 사전 공지와 검토시간이 부족하다고 밝혀 ‘기획재정부에 의한 폐쇄적 운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권영국 변호사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총 59회 개최됐고 전체 회의시간은 3,940분이 소요됐지만, 전체 심의한 안건 수가 601건에 달해 안건당 심의시간은 평균 7.2분에 불과했다. 안건당 심의시간이 부족한 현재의 구조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기획재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권영국 변호사의 판단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624건의 안건 중 616건을 기획재정부 원안대로 통과시켰는데, 4년간 안건의 원안통과율은 98.7%에 이른다.

권영국 변호사는 “공공기관이 공공기관답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관 고유 업무의 공공성을 제고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민주화 ▲공공기관 민영화와 기능조정 결정의 민주화 ▲공공기관 노사관계 민주화 등 공공기관 운영의 3대 민주화를 기반으로 공공기관이 시민과 공공서비스 강화를 위한 공공기관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정부위원 수를 제한하고 ▲민간위원 위촉시 시민사회 참여보장 규정을 신설하며 ▲노동계 추천 위원을 추가하는 등 공공기관운영위원 구성의 민주화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 운영의 민주화가 필요하며 공공기관 자산매각, 기능조정 및 민영화 관련 사항은 국회의 동의를 받는 등의 조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사항 중 공공기관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관련한 사안은 노동자 대표가 직접 참여해 해당 내용을 사전 심의할 수 있는 ‘공공기관 임금·근로조건 결정위원회’ 설치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토론회 이후 이어진 전국공공기관노동조합 대표자대회에서 양대노총 공대위는 ▲공공기관 자산매각·민영화 정책 저지, 국민을 위한 공공성 강화 총력 투쟁 ▲공공기관 3대 민주화(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민주화, 공공기관 민영화와 기능조정 결정의 민주화, 공공기관 노사관계 민주화)를 기치로 하는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운동 적극 동참 ▲직무성과급제 도입 확대 저지 및 노동자 생애 총임금 사수 총력 투쟁 ▲청년 노동자의 일자리 사수 위한 역량 결집 ▲총인건비 폐지 및 공공노동자 복지 강제 축소 저지 총력 투쟁 등을 결의했다.

이날 전국공공기관노동조합 대표자대회 결의에 따라 양대노총 공대위는 6월 간부 결의대회와 소속 단위노조의 조기 임단협을 거쳐 10월 말까지 쟁의권을 확보해 11월 중 공공기관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투 쟁 결 의 문

오늘 전국 각지에서 모인 공공부문노동조합 대표자 및 간부는 ‘공공성 축소’, ‘민영화’, ‘공공노동자 탄압’을 일삼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규탄하고, 공공부문에 대한 민주적 가치 회복과 미래 세대를 위한 대안 촉구를 위해 투쟁을 결의한다.

윤석열 정부는 작년 11월 14조 5,000억원에 달하는 공공기관 보유 자산을 임기 내에 전부 매각할 것을 결정하고, 23년도까지 공공기관의 경상경비 약 1조 1,500억원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매년 거듭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국민의 공공서비스 기대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공공정책은 시대에 역행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개탄스러울 뿐이다.

‘국민의 혈세’를 강조하면서도 그 혈세를 민간 자본이 착복하게 만드는 개악은 도대체 누가 생각해낸 것인지 의문이다. 결국 국민은 공공서비스 비용은 비용대로, 민간 자본의 이윤은 이윤대로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위정자로서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면 최소 무능, 알면서도 용인했다면 직무유기인 것이다. 이에 우리는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에 대한 민영화·민간개방·외주화·민간위탁·민간투자를 저지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한편 지난 15여 년 간 기획재정부의 독점적 권한 남용 속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밀실에서 졸속 운영되는 것이 일상화되었고, 거대한 관료제의 거수기로 전락해버렸다. 밖으로는 ‘비용 절감’을 운운하면서 걸핏하면 국유재산을 매각하려 드는 이중적 작태 역시 일상다반사가 됐다. 아울러 공공성은 안중에도 없고, 경영평가를 빌미로 예산·정원·복지축소 등 공공노동자들을 억지로 쥐어짜는 후진적 미봉책은 더 이상 개선될 여지가 없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 분산되지 않는 권력이 자리잡은 체제는 독재이다. 기재부의 무소불위 독점적 권력 행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공공부문에 대한 민주적 통제로 환골탈태하기를 희망한다. 이에 우리 공공노동자들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민주화, 공공기관 기능조정 결정의 민주화, 노사관계의 민주화가 이룩되는 날까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들먹이며, 공공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공정하지도 않고, 누구도 수용할 수 없는 잣대로 내 옆의 동료, 선배, 후배들을 편 가르게 만드는 직무성과급제는 결국 공공부문 전체 조직을 와해시키는 독소가 될 것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직무중심 보수체계 개편실적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각 기관별 직무급제 도입의 압박 수위를 높여나가고 있다. 명칭에 대한 단순 변경, 상위직급에 대한 일부 적용을 과대 해석하여 직무급제 도입이 주된 흐름인 듯 교묘히 현혹하는 술책에 쓴웃음을 금할 길이 없다. 공공노동자들의 입장은 제쳐두고, 일단 어떻게든 꿰어두기만 하면 나중에 제멋대로 재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정부의 임금체계 개편 꼼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노동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31.6개월이며, 일자리를 그만둔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응답은 ‘근무 조건 또는 작업 환경이 나빠서’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정부는 좋은 일자리라고 평가받는 공공기관 인력 상당수를 비핵심 업무 수행자로 규정하고 약 1만 2천 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연금 고갈, 노인부양비 급증 등 저출생, 초고령 사회의 문제를 목전에 두고도 정부는 공공부문의 청년 일자리 해소에 대한 고민이 전무한 데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국가 발전 수준과 경제 규모에 따라 사회 공공성의 폭은 더욱 넓고, 깊어지지는 못할망정 인력을 줄이고 근무 조건과 작업 환경을 악화시키는 노동의 하향평준화를 작심한 정부의 결정에 강력히 규탄한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경영효율화라는 허울뿐인 구실로 공공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마음대로 칼질하는 데 여념이 없다. 공공노동자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성을 위해 나랏돈 들여 운영한다는 구실로 때로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때로는 ‘예산이 부족해서’,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인상률과 임금동결로 실질임금은 하락하기 일쑤였다. 총인건비 제도 아래 매년 지침 따위로 임금인상 폭을 강제하고, 노·사 간의 자율적인 교섭을 저해하는 구조적 모순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이제 우리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오늘 전국에서 모인 공공부문노동조합 대표자는 윤석열 정권의 민영화 저지와 공공서비스 확충, 기재부 독재 권력 해체,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 저지, 공공부문 좋은 청년 일자리 확대, 총인건비 제도 폐지를 위한 투쟁을 선언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우리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자산 매각·민영화 정책을 저지하고, 국민의 자산을 수호하고, 국민을 위한 공공성 강화를 위해 총력 투쟁을 시작한다.

하나. 우리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민주적 가치를 상실해버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무소불위 독재적 권한 남용을 혁파하기 위해 공공기관 3대 민주화를 기치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운동에 적극 동참한다.

하나. 우리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공공부문 전체 조직을 와해시키는 직무성과급제 도입·확대를 저지하고, 노동자의 생애 총임금을 사수하기 위한 총력 투쟁에 돌입한다.

하나. 우리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저출생, 초고령 사회 문제를 목전에 두고, 양질의 일자리 축소와 공공노동자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는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인력 축소를 강력히 규탄하며, 미래 세대인 청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사수하기 위한 모든 역량을 결집한다.

하나. 우리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노-사간의 자율적인 교섭을 저해하고, 실질임금을 삭감시키는 총인건비 제도를 폐지하고, 윤석열 정부의 강제적인 공공노동자 복지 축소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 투쟁을 전개한다.

2023년 5월 23일

전국 공공부문노동조합 대표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