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은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어디로 끌고 가고 있습니까?

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4월 12일 양대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 즉 양대노총 금융공투본을 발족했습니다. 공투본은 윤석열 정부의 관치금융 분쇄와 금융공공성 강화, 그리고 금융정책 실패 책임자 퇴진이라는 3대 목표를 설정하고 정권의 반노동·반금융 정책에 맞서 총력투쟁을 벌여 나갈 것임을 공표했습니다.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특화은행과 글로벌 대형 은행들인 실버게이트, 실리콘밸리뱅크(SVB), 시그니처뱅크, 퍼스트리퍼블릭, 크레딧스위스(CS)의 몰락을 지켜보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금융시장 역시 안전지대가 아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건전성, 안정성을 책임져야 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한편으론 용산 대통령실의 꼭두각시 놀음을 하며, 또 한편으론 라이선스와 이권을 만지작거리며 대한민국 금융과 경제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금융위의 각종TF들, 그 중에서도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TF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위기가 도래하기 전에 국내 금융산업의 시스템 리스크와 금융사, 비금융사들의 건전성을 점검하고 대비할 시간에 대통령의 “공공재”, “완전경쟁체제” 발언 한마디에 엉뚱한 처방전을 내밀었습니다. 불과 며칠 뒤 파산할 줄 상상도 못한 SVB를 모범 사례로 추켜세운 것입니다.

SVB 파산 이후에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본인들만 옳다는 착각에 빠져 금융위기를 가속화하는 정책들만 내놓고 있습니다. 그들이 추진하는 규제개혁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훼손하며 빅테크·핀테크사의 금융업 진출 허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금산분리 완화가 가져올 문제점, 특히 금융소비자에 전가될 피해에 대해 그들은 론스타 사태에서 그랬듯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입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단체교섭권 침해도 난무합니다. 은행 영업시간 문제만 해도 처음에는 ‘노사가 결정할 일’이라더니 ‘고객 불편’으로 급선회한 후 사용자단체에 압력을 행사해 결국 노사합의를 무시한 일방 복원을 강행했습니다. 물가폭등, 특히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금리 상승기에 이익이 증가한 금융회사로 돌린 것까지는 참을 만했지만 매일 국민들을 대면하며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노동자들까지 ‘돈잔치’를 벌이는 파렴치한으로 몬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금융당국에 의해 금융상품의 제조(상품)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정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의 판매망을 별도로 떼어내 자회사로 노동자들을 전적시키는 구조조정은 금융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결국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야기하게 됩니다. 이 구조조정의 배후에 금융감독원이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자회사를 승인해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대노총 금융산별은 금융산업공익재단과 사무금융우분투재단 등을 통해 취약계층 지원과 취약노동자 연대를 통해 차별 없는 일터를 만들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인 책임 실천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노사가 협력해 사회에 기여해 온 노력은 외면한 채, 금융권 때리기에만 급급했고, 금융회사 임원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성과급·퇴직금 문제에까지 개입하는 위헌적 언행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채권시장 나아가 전체 금융시장을 뒤흔든 레고랜드사태와 SG증권 발 주가조작 사태는 윤석열 정권의 금융정책 실패의 전주곡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금번 주가조작 사태는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기능을 통해 받은 사전 제보를 이용해 주가 폭락 사태를 미리 방지할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지만 금융당국의 무지와 무능이 천문학적인 피해액과 피해자를 낳았습니다. 정책∙감독 당국이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냥 손 놓고 있다가 늑장대응하고, 부실한 모니터링 감시체제만 믿고 손 놓고 있다가7조가 넘는 금액이 증발하고 나서야 늑장대응한 두 사건은 근본적인 정책∙감독 방향의 전환이 없는 한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 년간, 수십 년간 금융중심지 정책 담당자를 두고 금융중심지 조성을 해 온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 경영진이 제출한 본점 이전안을 불과 일 주일 만에 국토부로 넘겨버린 무책임한 행위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정책당국을 대신해 수 많은 정책금융을 실행해 온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보내는 결정을 내린 금융위는 이제 부산 정치인들로부터 ‘금융위도 내려 오라’는 요구를 받는 같은 처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금융의 공공성을 위해 산업은행이 어디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10년, 20년, 저 멀리 50년 후의 대한민국 서울이 글로벌 금융산업에서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인지 잘 아는 금융위의 금번 배임에 가까운 정책결정은 어쩌면 금융위가 문을 닫는 단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노동개악, 노조 죽이기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은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지만 대한민국의 보수정권은 노동개혁을 주장하며 국민에게 주69시간을 일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무분별한 점포폐쇄와 신규채용 감소로 인해 현장 금융노동자들의 업무량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당장 해결이 급한 부분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지는 못할망정 노동자의 장시간 과로 문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금융노동자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를 통해 공공기관을 지배하며 공공노동자들의 임금체계, 근로조건과 직결된 사안을 노정교섭 없이 일방적으로 공표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직무성과 중심의 보수관리 강화방안>을 통해 지침 준수 여부, 직무급 도입을 위한 보수규정 개정 여부 등을 경영실적평가에 포함시켰습니다.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과 ILO 핵심협약 제98호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공공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초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현재 시점에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은 당연하게 밟아야 하는 순서임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우선순위는 배제한 채 ‘은행은 공공재’라는 관치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노동조합에 회계장부 공개를 강요하는 등 노동자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정권이 노동자를 향해 무자비하게 휘두르던 칼날은 결국 동지들의 안전과 고용을 위해 뛰어다닌 건설노동자에게 ‘업무방해’와 ‘공갈’이라는 죄목으로 겨눠졌습니다. 보수정권은 우리나라 헌법 제33조에 규정하고 있는 노동3권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도 대통령은 입만 열면 노사 법치주의를 외칩니다.

금융산업은 공공성이 있는 산업이며, 이는 다시 말해 약자를 향한 배려가 필요함을 말합니다. 그러나 현 정권의 금융정책은 거꾸로 금융의 안정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이에 양대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는 정부와 금융당국에 다음과 사항을 요구합니다.

금융규제기관으로서의 의무를 해태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를 해체하라!

금융정책실패 책임자는 즉각 퇴진하고 관치금융 중단하라!

금융소비자 위협하는 금산분리 완화 중단하라!

공공기관 단체교섭권 보장하고 노정교섭 복원하라!

무분별한 점포폐쇄 중단하고 신규채용 확대하라!

양대노총 금융공투본은 15만 금융조합원과 대국민, 그리고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관치금융을 몰아내고 노동탄압에 맞서 금융공공성을 사수하기 위해 총력 투쟁할 것입니다.

2023년 5월 16일

양대노총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