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노사 자치주의를 훼손하는 반민주적 행태를 멈추라

고용노동부는 5월 17일 ‘공공부문(공무원·교원·공공기관) 단체협약 및 규약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발표 하루 전날인 5월 16일, 집권 2년차 첫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조합비 사용내역 은폐”, “고용세습”, “기득권 철폐” 등 자극적 단어를 사용하며 노동조합을 비판하였다. 이에 호응하듯 고용노동부는 노사자율교섭으로 정한 단체협약과 노동조합의 자체규약까지도 불법, 무효, 불합리 등으로 단정하며 공공부문 노동조합이 마치 위법한 활동을 해온 듯 적시하면서 형사처벌 방침까지 내세웠다.

그러나 단체협약은 어느 일방의 결정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노와 사가 함께 고민하고 대화와 교섭을 거쳐 결정된 노사자치의 규범이다. 노조규약 역시 노동자들의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정한 적법한 규정이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이자 국내에 발효된 ILO 제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사항이다. 설사 일부 내용의 문제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장관이 앞장서서 직접 브리핑을 자처하고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단체협약과 규약에 엄청난 문제가 있는 듯이 호도하고 형사 처벌까지 운운할 일인가?

윤석열 정권이 늘 그래왔듯이 고용노동부 역시 국민의 눈높이, 공정과 상식이라는 제멋대로의 기준을 들이대며, 일부 기관의 단체협약 조항을 불합리한 사례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노사의 자율적 개선이 요구된다라고 하면서, 지도감독권한이 있는 관계부처와 함께 적극 지원하겠다는 앞뒤가 안 맞는 논리를 들이댔다. 이런 해괴망측한 논리를 만들어내는 데에 고용노동부의 실무자들은 얼마나 큰 자괴감을 느꼈을까 하는 측은지심까지 들 지경이다. 개별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한 단체협약을 정부가 간섭하여 강제로 개정하려는 시도는 노사자치주의를 훼손하는 반민주적 행태이자 부당노동행위와 다를 바 없는 반노동적 구태행정이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노사 관계에 있어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 의무는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지난 3월초 고용노동부가 보도한 온라인 부조리 신고센터 운영 현황에 따르면 전체 신고건수의 85%가 사용자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신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의 단체협약을 불법, 무효, 불합리 등의 용어로 노조혐오를 조장하고 노사갈등을 부추기는 데에 행정낭비를 할 것이 아니라, 센터로 접수된 사용자의 불법행위가 무엇인지를 낱낱이 조사하여 국민에게 공개하고, 구조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기획재정부의 공공부문 민영화와 공공성 축소, 성과주의 임금체계로 개악, 복리후생 감축 등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보도자료를 통해 고용노동부조차도 노동조합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가 아닌 공격과 탄압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음이 명확해졌다. 우리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회는 고용노동부의 악의적인 여론몰이와 공무원과 교원을 포함한 공공부문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에 맞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한 치도 물러섬 없이 싸울 것이다.

2023년 5월 18일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

(공공노련/금융노조/공공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