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산업은행 이전기관 지정을 규탄한다!

4월 28일, 대통령 직속 기구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서면 회의를 통해 한국산업은행을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의결하고, 국토부는 지난 3일 이를 바탕으로 한국산업은행을 ‘이전공공기관’으로 고시하였다.

현행법(한국산업은행법 제4조1항) 상 ‘한국산업은행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둔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이전공공기관’으로 고시하는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탈법적 행위이다. 서울에 본점을 두도록 법에 정해져 있는 기관을 법 개정 없이 어떻게 부산으로 이전한단 말인가?

국회 소관 상임위(정무위원회)는 “법 개정 전 행정절차 진행은 탈법 행위”라고 수 차례 지적하며 「한국산업은행 이전의 정상적 절차 준수 권고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윤석열 정부의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보란 듯이 이를 무시하고 한국산업은행을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 자신의 이익과 실리를 위해 법을 어기고 삼권분립의 취지를 무시하는 대통령이 대체 어떻게 ‘공정’과 ‘상식’, ‘자유’와 ‘법치’를 논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윤 정부는 과거 대구와 부산으로 이전하였던 신용보증기금(신보)과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사례를 들어 “법 개정 전 행정절차 진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 사례에 관한 제대로 된 공부와 이해도 없이 내뱉는 황당무계한 짖거림에 불과하다. 신보와 주금공은 2004년 1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이전공공기관으로 ‘당연지정’되었다. 당시는 ‘관련 법 제정’이 선행돼 윤석열 정부가 한국산업은행을 상대로 추진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의결 등의 ‘행정절차’ 진행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구나 한국산업은행은 이미 2005년 금융감독원, 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동북아 경제중심지 조성에 필수적인 기관’이란 이유로 균형위 의결을 거쳐 이전공공기관에서 제외된 바 있다.

아울러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유관기관들에 ‘기관 내부 노사협의를 통해’ 이전기관 지정을 신청하라고 안내하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경영진은 노동조합과 어떠한 노사협의도 진행한 적이 없다. 오히려 김현준 위원장이 노사협의를 위한 TF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을 때 합당한 근거도 없이 대화를 회피한 존재들이 한국산업은행 경영진이다. 이와 같은 사유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위촉위원 상당수가 반대 또는 보류 의견을 제출했음에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직 장관(당연직위원)들은 ‘묻지마 찬성’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법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대통령과 그에 조아리는 아첨꾼들이 절차를 무시한 채 국가 금융산업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

한국산업은행은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여의도를 포함한 금융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혁신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고, 자금지원이 절실한 구조조정 기업을 지원하는 ‘시장 구원 투수’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이자 고객기업 대다수가 자리 잡고있는 여의도를 떠나 부산으로 이전함으로써 수익성이 나빠지고 업무 효율이 악화된다면,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리게 되고, 이에 따른 손실과 피해는 우리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 명백하다.

이에 금융노조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국토부가 지금이라도 산업은행 지방 이전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최선인지 ▲은행 공공성과 건전성을 해치지 않을지 ▲국민과 근로자들을 희생시키지는 않을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오지는 않을지 정부와 국회, 학계 전문가, 은행 경영진과 노동조합 모두가 모여 깊이 있는 토론과 논의를 선행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법을 무시하는 ‘폭정’과 대화를 단절하는 ‘불통’을 멈추고, 진정한 ‘법치’와 ‘소통’의 자세를 갖추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지극히 당연한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한국산업은행지부를 선봉으로 10만 금융노동자들과 함께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기필코 저지할 것이다. 합법적인 총파업은 물론 제 정당과 시민단체, 서울·부산시민들과 연대해 윤석열 일당이 주장하는 지역발전이라는 명분이 거짓이라는 것을 명명백백 밝혀내고, 이 사태의 시초를 만든 윤석열 정권 퇴진은 물론 이전을 추진한 후보들의 낙선운동을 통해 총선에서 심판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밝히는 바이다.

2023. 05. 04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